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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부동산가격변동에 따른 위험노출을 줄여야[백성준교수]
WRITER 관리자 WRITEDAY 2010-03-24
얼마 전 모 일간경제지에 세계적인 석학,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서울 집값 상승이 비이성적 과열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그는 “한국 상황은 잘 모르지만 좀 걱정스럽다. 미국은 주택에 투자할 경우 리스크(위험) 대비수단이 있지만, 한국은 집을 파는 것 외에는 집값 하락에 대한 위험회피수단이 없다. 위험노출에 대비하지 않고서 현재의 가격대로 주택을 산다는 것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흔히 ‘위험과 재앙’은 한 어구로 붙어 다니며 동의어 반복처럼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차이가 크다. 위험은 미래의 특정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할 확률에 대한 표현으로 미래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반면 재앙은 이상적인 자연현상 또는 인위적인 사고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과도한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가리킨다. 즉, 예측불가의 상황 또는 위험에 대한 과다노출로 인해 발생한 대재해라고 할 수 있다. 위험관리가 제때에 적절하게 이루어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의해 위험은 재앙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위험노출 정도는 얼마나 될까? 한 예를 들면,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자산디플레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1998년 3분기에 토지가격은 8년 전인 199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IMF 구제금융 이후 지가하락에 따른 자산가치의 손실은 무려 240조원이나 되었다. 당시 외환위기로 인한 주가 총액의 손실이 약 40조원이었으므로, 주식가치의 손실은 토지가치의 손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셈이다. 가히 재앙수준의 참담한 결과를 맛보았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000년대 초반의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무려 700조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자산디플레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천만다행히도 수출의 호조로 경기가 최악의 상황은 겨우 피하면서, 외환위기 때와 같은 실업대란이나 기업도산은 발생하지 않았고 자산가치 손실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시장은 마치 과거 천수답식 논처럼, 하늘만 쳐다보는 방식으로 관리될 것인가? 부동산 시장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가격변동의 위험을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비책 없이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위험노출에 대해 수수방관한다면,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표류하는 배의 신세에 다름없다. 일확천금을 얻든지 시쳇말로 쪽박을 차든지, ‘모 아니면 도’식의 투자와 이로 인한 과다한 위험노출에 언제든지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미래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산 가치를 지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재앙수준으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할 방도가 강구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2006년 집값 하락 위험을 회피(헷지)할 수 있는 파생 금융상품이 도입되었다.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국가경제가 받을 타격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주택가격지수 파생상품을 도입하였다. 시카고 상업거래소에 주택가격에 따라 해당 상품의 가격이 바뀌는 선물 및 옵션이 상장되었다. 주택 소유주들은 주택 선물 및 옵션으로 집값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예를 들어, 집값 하락을 예상한 주택 소유자가 선물을 매도한 뒤 선물가격이 예상대로 하락하면 차익을 얻게 되고 얻은 차익으로 실제 주택가격하락에 따른 손실을 메울 수 있다. 반대로 예상과 달리 선물가격이 오르면 투자자는 선물투자에서 손실을 입지만, 실제 주택가격은 올라 선물투자의 손실액을 보전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도 위험헷지수단으로 주택가격지수에 연동된 주택가격지수 파생상품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는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된 호가를 기준하여 산정된 지수였다. 그렇다보니 지수의 자의적 작성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파생상품을 만드는 데 다소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마침 금년부터 실거래가격을 기초로 한 주택가격지수가 산정되기 때문에 파생상품 도입의 큰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물론 공정가격지수로 인정받는 주택가격지수가 만들어진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파생상품으로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위해서는 유동성이 풍부해져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별도로 해가면 될 것이다.
외국 교수의 지적과 같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위험노출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부동산 시장보다 가치 손실을 훨씬 적게 경험했던 주식시장의 위험관리 수준에도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주택가격지수에 연동하는 파생상품의 도입은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는 데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주택신문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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